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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고 적었다 서평(AI시대, 사고력, 산문집)

boosuk1 2026. 8. 31. 23:15

목차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에, 소설가 김애란은 새 산문집 『그랬다고 적었다』(2026)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어쩌면 문학은 AI와 반대로 자신의 무지를 아주 길게, 다양한 방식으로 고백해온 장르가 아닐까." 이 문장을 처음 마주쳤을 때 저는 한참 멈췄습니다. 빠른 요약과 즉각적인 답변에 익숙해진 요즘, 이 책은 그 흐름을 조용히 역주행합니다.

     

    AI 시대, 왜 지금 이 산문집인가

    2026년 여름, 김애란이 새 산문집을 들고 나왔습니다.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2024)과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2025)를 연달아 낸 뒤, 이번에는 허구가 아닌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말을 건네는 산문(散文) 형식을 택했습니다. 산문이란 정해진 운율이나 형식 없이 생각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글쓰기로, 소설과 달리 '그 혹은 그녀'가 아니라 작가 본인이 전면에 나서는 장르입니다.

    타이밍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글쓰기, 요약, 번역을 대신 처리하면서 사람이 직접 문장을 써내려가는 행위 자체의 의미가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니까요. 생성형 AI란 사람의 질문이나 요청에 맞춰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말합니다.

    저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AI 도구를 쓰면 쓸수록 제가 직접 문장을 고민하는 시간이 줄더라고요. 처음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 긴 문장을 구성하는 게 예전보다 버거워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을 펼친 건 그즈음이었습니다.

    김애란은 책 1부 '사람의 얼굴'에서 기억과 언어를 잃어가는 한 인간(작가의 아버지)과, 날마다 언어 능력이 발전하는 AI 프로그램을 나란히 놓습니다. 이 대비는 단순한 기술 비판이 아니라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곧장 이어집니다.

    • 산문집 구성: 1부 사람의 얼굴 / 2부 이야기의 얼굴 / 3부 일상의 얼굴, 총 3부
    • 각 부 말미에 수상 소감·축사를 부록으로 배치해 작가의 실제 목소리를 입체적으로 수록
    • 2026년 한여름 출간, 작가의 두 번째 산문집
    요약: 생성형 AI가 글쓰기를 대체하는 시대에, 김애란은 인간이 직접 문장을 고백하는 행위의 의미를 묻는 산문집을 펴냈습니다.

     

    사고력이 퇴화하는 구조, 책이 짚어낸 것


    제가 직접 체감한 건 이렇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친구 전화번호 열 개쯤은 외우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저장해둔 번호조차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계산기가 보급되면서 암산 능력이 줄었고, 내비게이션이 생기면서 도로를 기억하는 능력이 퇴화했습니다. 인지 부하 전가(Cognitive Offloading) 현상, 즉 기억과 사고의 일부를 외부 도구에 위임함으로써 뇌의 해당 능력이 점차 약해지는 현상입니다. AI 글쓰기 도구의 확산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출처: 미국심리학회(APA)의 연구에 따르면, 외부 도구에 정보 처리를 위임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자체적인 인지 처리 능력이 감퇴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출처: 한국과학창의재단도 AI 리터러시(AI 도구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디지털 전환 시대의 사고력 유지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AI 리터러시란 단순히 AI를 잘 쓰는 법이 아니라, AI가 대신하지 못하는 영역을 스스로 지켜내는 능력을 포함합니다.

    김애란이 말하는 "서툴고 오류 많은 문장"의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AI의 결과물이 아니라, 헤매고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사고력을 붙들어두는 훈련이라는 뜻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일상에서 느꼈지만 그냥 지나쳤던 생각들이 문장으로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경험 자체가 이 책의 설득력이었습니다.

    요약: 인지 부하 전가 현상처럼 AI에 글쓰기를 맡길수록 스스로의 사고력은 조용히 퇴화하며, 김애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의 서툰 문장이 가진 의미를 짚어냅니다.

     

    산문집이 제안하는 실전 방향

    김애란은 "나의 농도를 조금씩 옅게" 만들어 다른 무언가가 들어설 자리를 마련한다고 씁니다. 저는 이 표현이 AI 시대의 글쓰기 태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봤습니다. AI가 빠른 답을 내놓을 때, 잠깐 그 답을 받아들이기 전에 먼저 스스로 한 문단이라도 써보는 것. 그게 인지적 주체성(Cognitive Agency), 즉 외부 도구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각을 조직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AI를 완전히 끊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AI에게 초안을 맡기기 전에 저만의 문장을 먼저 쓰는 순서를 바꿨더니, 글의 완성도가 올라가는 것과 동시에 사고가 더 뚜렷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AI는 제 생각을 다듬는 도구가 되고, 생각 자체는 여전히 제 것으로 남는 구조가 된 거죠.

    김애란은 2부 '이야기의 얼굴'에서 판소리 경험을 꺼내며 "요약과 빠름이 미덕인 시대에 수용자이자 창작자로서 하게 되는 고민"을 날카롭게 짚습니다. 느린 것, 긴 것, 반복되는 것을 견디는 능력이 곧 깊이 읽고 깊이 쓰는 능력과 연결된다는 말입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 즉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스스로 파악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바로 그 토대가 됩니다.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일수록 AI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힘이 강합니다.

    제가 『두근두근 내 인생』을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산문집도 찾아봤는데, 같은 작가라는 사실이 새삼 반갑고 신기했습니다. 소설에서 느꼈던 공감의 문장들이 산문에서는 훨씬 직접적인 언어로 다가왔습니다. 작가 본인의 목소리로 쓴 글이 주는 온도가 분명히 다르더군요.

    요약: AI 사용 전 먼저 한 문단을 직접 써보는 습관이 인지적 주체성과 메타인지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김애란 『그랬다고 적었다』는 어떤 독자에게 맞나요?

    A. AI 글쓰기 도구를 자주 쓰면서도 왠지 글쓰는 힘이 줄어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분, 또는 빠른 정보 소비에 지쳐 느리고 깊은 글을 읽고 싶은 분에게 잘 맞습니다. 소설보다 가볍게 시작할 수 있지만, 읽다 보면 생각할 거리가 예상보다 묵직하게 남습니다.

     

    Q. AI가 글을 써주면 사람의 글쓰기 능력이 정말 떨어지나요?

    A. 인지 부하 전가(Cognitive Offloading) 연구들은 외부 도구에 사고를 위임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자체 처리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계산기와 암산 능력의 관계처럼, AI와 작문 능력도 비슷한 구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유지하면 그 퇴화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Q. 이 책에서 AI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나요?

    A. AI가 책의 전부는 아닙니다. 1부에서 챗GPT와 인간의 언어 능력을 대비하는 글이 핵심을 이루고, 나머지는 아버지의 이야기, 판소리 경험, 코로나 시기의 기억 등 일상과 문학에 관한 산문이 이어집니다. AI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찾는 분이라면 1부가 특히 인상적으로 읽힐 것입니다.

     

    Q. 김애란 소설을 안 읽어도 이 산문집을 즐길 수 있나요?

    A.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산문은 소설과 달리 작가의 실제 경험과 생각을 직접 담아내는 장르라 사전 지식 없이도 자연스럽게 진입됩니다. 오히려 이 책을 먼저 읽고 소설로 넘어가도 좋은 순서입니다.

     

    결론

    『그랬다고 적었다』를 덮고 나서 저는 한 가지를 바꿨습니다. AI에게 초안을 넘기기 전에, 먼저 메모장에 생각나는 대로 두 문단을 직접 씁니다. 엉성하고 틀린 문장이 많지만, 그 과정에서 제 생각이 어디쯤 있는지가 선명해집니다. 앞으로 사람들의 읽고 쓰는 능력이 점점 AI에 위임되는 흐름이 가속화될수록, 직접 문장을 조직하는 능력을 유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애란이 말한 "서툴고 오류 많은 문장들을 계속 적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고백이 지금 이 시대에 이렇게 실용적인 조언으로 들릴 줄은 몰랐습니다. 빠른 요약 대신 느린 사색을, AI의 완성된 문장 대신 자신의 서툰 초고를 먼저 한 줄이라도 써보는 것. 그게 이 책이 조용히 권하는 방향입니다.

    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20843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