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대기업, 상가 투자, 희망퇴직)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책 후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예전부터 좋아하는 송희구 작가님 데뷔작인데요. 쉬운 문장과 읽다보면 공감되는 작가님 특유 고찰이 잘 느껴진 책이었습니다.

대기업 부장이라는 삶의 무게
송희구 작가의 데뷔작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전형적인 대기업 중년 부장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낸 소설입니다. 읽다 보면 "이거 우리 부서 누구 얘기 아니야?"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입니다. 저도 처음 읽었을 때 그 사실감에 한 번 놀랐고, 다시 대출받아 읽으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김부장은 한국 사회가 '성공'이라고 규정해 온 틀을 그대로 따라온 인물입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고, 서울에 자가 아파트까지 마련했습니다. 사회경제적 지위(SES, Socioeconomic Status)로만 보면 상위 계층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SES란 소득, 학력, 직업 등을 종합해 개인의 사회적 위치를 측정하는 지표로, 한국 사회에서는 흔히 '스펙'이라는 말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틀 안에 갇히면서 시작됩니다. 스타벅스 커피만 마시고, 후배가 외제차를 타면 속이 불편하고, 옆 팀 최부장 아파트가 대장 아파트라는 사실에 낙담합니다. 여기서 대장 아파트란 특정 지역에서 시세를 선도하는 가장 가격이 높은 단지를 뜻하는 부동산 업계 용어입니다. 이런 비교 심리는 김부장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3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으며,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상대적 박탈감이 꼽힙니다(출처: 통계청).
김부장이 주말마다 임원들 골프 예약을 잡고 기사 역할을 자처하는 장면은 씁쓸합니다. 이른바 직장 내 상향 아첨(Upward Ingratiation)이라고 불리는 행동인데, 이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직장 내 생존 전략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결국 지방 공장 발령을 받고, 상무에게 쓴소리를 들으며, 희망퇴직으로 대기업 생활을 마감합니다.
상가 투자 실패와 가부장적 사고의 충돌
퇴직 후 김부장이 맞닥뜨린 현실은 가혹합니다. 퇴직금과 대출 3억 원을 합쳐 신도시 상가를 분양받지만, 임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공실(空室) 상태로 방치됩니다. 공실이란 건물 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비어 있는 상태를 뜻하며, 상가 투자에서 공실률이 높다는 것은 사실상 투자 실패를 의미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제 경험이 겹쳐 보였습니다. 제가 우량채라 믿고 투자했던 리츠채권이 부도 처리되던 날, 며칠 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저는 부양할 가족이 없어서 혼자 감당할 수 있었지만, 퇴직금 2억 원을 포함한 전 재산을 날린 김부장의 심정은 제가 겪은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을 겁니다. 그 상황이 되어봐야 공감이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충격을 받은 김부장은 호흡 곤란 증세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것이 단순한 스트레스 반응이 아니라, 심인성 신체화 장애(Somatization Disorder)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심인성 신체화 장애란 심리적 고통이 신체 증상으로 발현되는 상태로, 극심한 경제적 충격이나 상실감을 겪을 때 실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부끄럽게 여기는 문화가 여전하지만, 이 선택은 김부장이 처음으로 자신의 약함을 인정한 전환점이 됩니다.
가부장적 사고(Patriarchal Mindset)의 균열도 이 시기부터 시작됩니다. 아들에게 장사를 때려치우고 회사에 취직하라고 호통치던 김부장이, 결국 아들이 그 상가를 사무실 겸 창고로 사용하면서 공실 위기를 모면하는 아이러니를 경험합니다. 가부장적 사고란 가장이 가족의 모든 결정을 주도하고 외부 권위를 중심으로 가치 판단을 내리는 사고방식을 뜻합니다. 작가는 이 인물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냥 보여줄 뿐입니다. 그런데 그 시선이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김부장 이야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문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회가 규정한 성공 기준에 자신의 삶을 맞추려는 강박
-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는 심리
- 가족을 경제 단위로만 바라보는 권위적 관계 방식
- 퇴직 후 정체성 상실로 인한 심리적 공황 상태
희망퇴직 이후, 다시 시작하는 법
김부장이 안정을 찾은 건 거창한 계획 덕분이 아닙니다. 큰형의 도움으로 세차장을 시작하고, 아내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사무실을 여는 소박한 과정이었습니다. 희망퇴직(Early Retirement Package)이란 기업이 인력 구조조정 시 직원의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며 추가 퇴직금 등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반강제적 퇴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국내 희망퇴직 현황을 보면, 2023년 기준 국내 대기업의 희망퇴직 신청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특히 50대 초반 부장급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출처: 고용노동부). 김부장은 소설 속 인물이지만, 이 통계 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도 희망 퇴직 하는 사람들을 회사에서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부양할 가족이 있는데 당장 일을 그만두어야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회사가 나가라고 하기 전에 제가 먼저 나가기로요. 제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나가고 싶습니다. 회사가 저를 버리기 전에 제가 먼저 회사를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항상 회사 이후에 무엇을 할지 고민중입니다. 이 부분은 직장인 분들은 꼭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내의 역할입니다. 사기를 당했음에도 심한 말 한마디 없이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고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현실에서도 위기를 버티게 하는 힘이 어디서 오는지 잘 보여줍니다. 저는 현재 혼자지만, 인생이라는 문제를 함께 풀어갈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작가 송희구는 김부장을 단죄하지 않습니다. 틀렸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 삶을 정밀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독자 스스로 "나는 어떤가"를 묻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궁금하다면 3편까지 이어지는 시리즈 전체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니 먼저 보셔도 좋지만, 저는 책이 주는 밀도가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지금 직장 생활이 버겁거나, 퇴직 이후를 막막하게 느끼는 분이라면 특히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김부장의 실수 안에서 의외로 자신의 답을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또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그럼 다음에는 같은 시리즈 책 리뷰를 계속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