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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명의 완벽한 타인들 책 리뷰 (책 구성, 과연 추리소설인가)

boosuk1 2026. 5. 14. 12:47

안녕하세요. 샤트입니다. 오늘은 예전에 SNS 광고로 우연히 보게 된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서평을 포스팅하겠습니다. 저는 소설책에 몰입되어 집중하다보면 마음이 차분해 지면서 정신이 맑아지기도 하고 두꺼운 소설책을 읽고 나면 참 뿌듯하기도 합니다.
이 책을 추리소설로 기대했는데 읽다보니 결말도 흐지부지한느낌이 있어 기대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추리소설 전문 작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호주에서 각 인물의 인생사를 읽어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복권에 당첨되면 인생이 달라질까요?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고 나서 그 확신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리안 모리아티의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은 SNS에서 추천 도서로 돌던 책인데, 솔직히 말하면 기대만큼 몰입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읽고 나서 꽤 오래 생각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600페이지 소설 구성, 절반이 지나도록 갈등이 없다는 게 맞는 말인가

소설의 전체 분량은 약 600페이지입니다. 그런데 제가 읽으면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앞 300페이지 동안 갈등다운 갈등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등장인물 아홉 명이 '평온의 집'이라는 웰니스 리트리트(wellness retreat)에 입소하는 과정, 시설 규칙, 각자의 지난 인생을 번갈아 서술하는 방식으로 전반부가 채워집니다. 여기서 웰니스 리트리트란 단순한 휴양 시설이 아니라 명상, 식이 요법, 운동을 결합하여 몸과 마음을 통합적으로 회복시키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을 의미합니다.

다중 화자 서술(multi-POV narrative) 구조가 적용된 소설인데, 여기서 다중 화자 서술이란 한 명의 주인공 시점이 아닌 여러 등장인물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서사 방식입니다. 덕분에 각 인물의 내면을 폭넓게 들여다볼 수 있지만, 반대로 스토리의 흐름이 자주 끊기는 단점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읽어보니 화자가 바뀔 때마다 다시 집중력을 모아야 했고, 그 과정이 생각보다 피로했습니다.
그나마 프랜시스의 시점이 가장 많이 등장해 일종의 홈 화자 역할을 하는데, 이는 아마 작가인 리안 모리아티 본인이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 프랜시스의 심리를 가장 자연스럽게 서술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꽤 설득력 있는 선택이라고 느꼈습니다.

소설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인물은 벤과 제시카 부부입니다. 복권에 당첨되어 갑자기 큰돈을 손에 쥔 부부인데, 이후 그들의 삶은 일반적인 상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결말에서 벤은 제시카와 이혼하고 예전 직장으로 돌아갑니다. 좋은 집과 차는 여전히 있지만, 정작 그가 그리워했던 건 일상의 노동 그 자체였습니다.

제 주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지인 부부가 복권에 당첨된 줄 알았는데 이전 주 복권이라 무효였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 남편이 장난처럼 "혼자 도망가려 했다"고 했는데 아내가 진심으로 상처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돈이 생기는 상상만으로도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실제로 복권 당첨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단기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고 부르는데, 쾌락 적응이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외부 환경의 변화에 인간이 빠르게 익숙해져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뜻합니다. 소설 속 벤과 제시카의 이야기는 이 심리학적 개념을 매우 현실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느꼈습니다.

아홉명의 완벽한 타인들 속 마음챙김 프로그램 효과

소설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마샤는 평온의 집을 운영하는 완벽주의자입니다. 전직 CEO 출신으로, 심장마비 경험 이후 삶의 방향을 바꾸어 웰니스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합니다. 그녀의 방식은 묵언수행, 식이 제한, 명상, 그리고 후반부에는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는 심리 개입까지 포함됩니다.

흥미로운 건, 마샤가 직접 해결책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녀가 제공하는 건 일종의 구조화된 환경(structured environment)입니다. 구조화된 환경이란 외부 자극을 최소화하고 특정 루틴을 반복하도록 설계된 공간을 말하며, 이 안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게 유도합니다. 제가 읽으면서 이 부분이 가장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답을 찾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니까요.

실제로 마음챙김(mindfulness) 기반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은 불안과 우울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보건원(NIH)). 마음챙김이란 현재 순간의 경험에 비판 없이 주의를 기울이는 정신 훈련 방식으로, 명상의 핵심 원리이기도 합니다. 소설 속 평온의 집이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구조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접근 방식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소설을 읽은 후 저도 비슷한 환경이 있다면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처럼 극단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명상과 독서, 운동만 하는 며칠이 있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이라는 분류, 읽고 나서 의아했던 이유

이 책은 종종 추리소설로 분류됩니다. 실제로 소개 글에서도 추리적 요소가 있다는 식으로 언급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읽어보니 기대와는 꽤 달랐습니다. 셜록 홈즈류의 추론 서사나 치밀한 트릭 구성이 아니라, 인물들의 심리와 내면이 중심인 소설이었습니다.

장르 분류로 보자면 이 작품은 심리 드라마(psychological drama)에 더 가깝습니다. 심리 드라마란 인물의 내적 갈등과 인간관계의 균열을 중심 서사로 삼는 장르를 뜻하며, 외적 사건보다 감정과 동기의 변화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리안 모리아티의 다른 작품들도 대부분 이 패턴을 따르는데, 잘못된 장르 기대를 갖고 읽으면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읽어두면 도움이 되는 배경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배경은 호주로, 호주 특유의 생활 문화와 복지 감수성이 곳곳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 다중 화자 구조로 인해 등장인물이 많고 초반 전개가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갈등의 본격적인 전개는 후반부(300페이지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 추리보다는 인물 심리와 내면 변화에 집중하는 소설입니다.

호주 독서 시장에서 리안 모리아티는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상위권에 속하는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된 『빅 리틀 라이즈』의 원작 소설가로 국제적 인지도를 쌓았으며, 이 작품도 드라마화된 바 있습니다(출처: IMDb). 드라마로 먼저 접한 분들이라면 소설의 밀도 있는 심리 묘사가 오히려 더 흥미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장면은 숲속으로 이어지는 길의 묘사입니다. 직접 드라마로 본 게 아닌데도 그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소설이 가진 고유한 힘, 즉 독자 스스로 이미지를 구성하게 하는 능력은 여전히 어떤 영상 매체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말이 다소 흐지부지하다는 인상은 저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소설의 요점은 극적인 반전이 아니라, 각 인물이 스스로 삶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 자체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치고 막혀 있을 때 완전히 다른 환경에 자신을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열릴 수 있다는 걸, 이 소설은 꽤 설득력 있게 보여줬습니다.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으면 실망할 수 있지만, 인간 군상의 이야기로 읽으면 오래 남는 책입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tp03197/221856832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