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요한 하리라는 기자가 쓴 '도둑맞은 집중력' 서평을 쓰겠습니다. 하루에 스마트폰을 평균 4~5시간 사용하는 시대, 저도 그 평균 안에 있었습니다. 쇼츠를 보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사라져 있었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했습니다. 집중력 문제가 의지력 부족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요한 하리의 책을 읽고 나서였습니다.

멀티태스킹은 없다, 전환비용이 있을 뿐
혹시 본인이 멀티태스킹을 잘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메신저를 확인하면서 엑셀 작업을 하고, 상사가 부르면 자리를 옮겨 보고하고, 다시 돌아와 메일을 처리하는 일상이 그냥 능숙한 업무 처리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늘 야근이었습니다. 이유를 이 책에서 찾았습니다.
인간의 뇌는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사고를 처리할 수 없습니다. 소위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는 행위는 실제로는 한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전환비용 효과(Switching Cost Effect)입니다. 여기서 전환비용 효과란 과제 전환이 일어날 때마다 뇌가 이전 작업 맥락을 비우고 새 작업 맥락을 불러오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전환이 잦을수록 수행 능력과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건 정말 맞는 말이었습니다. 메일을 대충 읽고 넘겼다가 같은 내용을 두 번 세 번 다시 확인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빠르게 처리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가장 느린 방식으로 일하고 있었던 겁니다. 책을 읽은 후 저는 한 가지 규칙을 세웠습니다. 하나의 업무를 시작하면 그것이 끝날 때까지 메신저와 메일을 닫아두는 것입니다. 답장 속도는 느려졌지만, 업무 완성도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방해물만 치우면 충분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몰입(Flow) 상태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합니다. 여기서 몰입이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정의한 개념으로,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빠져들어 시간 감각을 잃고 자아 의식마저 사라지는 깊은 집중 상태를 말합니다. 몰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
- 자신에게 의미 있는 과제
- 능력의 한계에 가깝지만 한계를 넘지 않는 난이도
이 세 조건이 갖춰질 때 인간은 가장 깊은 집중 상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핸드폰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진짜 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파에 누워 쇼츠를 넘기는 행위는 뇌를 쉬게 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에 몰입하는 시간이 진짜 회복입니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사회 문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오랫동안 저 자신의 문제로만 생각했습니다. 의지가 약하고 자제력이 없어서라고 자책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좋아요와 하트 기능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B.F.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이론을 바탕으로 설계된 것입니다. 여기서 조작적 조건화란 특정 행동에 보상을 주면 그 행동이 강화되고, 보상을 불규칙하게 줄수록 행동 중독이 더 강해진다는 심리학 이론입니다. 좋아요 수가 올라갈 때마다 도파민이 분비되고, 그 보상을 또 얻기 위해 다시 사진을 찍어 올리는 행동이 반복됩니다. 셀카를 찍어 올리는 행동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설계된 보상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의 추천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시선을 가장 오래 붙잡는 콘텐츠는 기쁨보다 분노를 일으키는 콘텐츠입니다. 알고리즘이 자극적이고 분열적인 게시물을 우선 노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021년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공개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분노와 갈등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알고리즘 조정을 미뤘습니다(출처: 미국 의회 청문회 자료).
집중력 올리는법 : 충분한 수면, 휴대폰 멀리 하기
수면 문제도 집중력 저하와 직결됩니다. 수면 부족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직접 손상시키는데, 이것이 단순히 개인의 불규칙한 생활 탓만은 아닙니다. 온라인은 24시간 꺼지지 않습니다.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라기보다, 잠든 사람에게는 광고를 노출할 수 없기 때문에 플랫폼이 수면 시간조차 잠식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립수면재단(NSF)에 따르면 취침 전 블루라이트 노출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의 질을 크게 낮춥니다(출처: 미국 국립수면재단).
그렇다고 개인 노력이 의미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도 지금 업무 중 단일 과제 집중 방식을 유지하고 있고, 잠자리에서 핸드폰을 멀리 두는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상사가 부르는 상황, 알림이 쏟아지는 환경은 혼자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의 자제력이 아니라 플랫폼 설계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냅니다.
집중력은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책 대신 환경을 바꾸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알림 하나를 끄고,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마치고, 자기 전 30분만 핸드폰을 내려놓는 것. 그 작은 선택들이 쌓일 때 집중력은 조금씩 돌아옵니다. 독서가 가장 오래된 집중력 훈련 도구라는 사실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도 한 번쯤 오늘 하루 몇 번이나 과제를 전환했는지 세어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