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이 되면 신흥공업국 중산층 소비자 규모가 미국·유럽·일본을 합친 것의 5배 이상이 된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실감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5년 전 읽었던 책의 예측들이 지금 하나씩 현실이 되는 걸 보면서, 이건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점점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마우로 기옌이 쓴 2030 축의 전환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영어로 하면 The future of Everything인데 2030 축의 전환으로 번역했죠. 의미상 번역제목이 더 와닿네요.
인구구조가 바꾸는 소비 권력의 지형
인구통계학(demographic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인구통계학이란 출생률, 사망률, 연령 분포 등 인구의 구조적 변화를 분석하는 학문으로, 단기 경기 변동과 달리 10~30년 단위의 거대한 흐름을 읽는 데 쓰입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이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중심으로 2030년의 세계를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유엔(UN)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30년에는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가 인구 규모 1위로 올라서고 아프리카가 2위,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는 3위로 밀려납니다(출처: UN 인구국). 사망률 변화도 큽니다. 1950~2015년 사이 아프리카의 사망률은 무려 65%나 낮아졌고, 가장 가난한 국가들에서도 기대 수명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인구 팽창이 단순히 숫자 문제만은 아닙니다. 아프리카는 코코아·광물·원유 같은 채취 산업 중심에서 농업과 제조업의 이중 혁명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지금까지 간과했던 대륙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꽤 자극적으로 읽혔습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수천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서비스 산업이 호황을 맞는 시나리오는, 한 세기 전 동아시아가 걸어간 경로와 구조적으로 닮아 있습니다.
고령화 문제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2030년에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일본 38%, 독일 34%, 미국과 중국이 각각 26%와 2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버 마켓(silver market)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60세 이상 고령층을 주요 소비 타깃으로 삼는 산업 시장을 의미합니다. 이 시장이 커지면서 건강 관리, 가사 지원, 오락 산업이 구조적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30년을 앞두고 주목해야 할 인구구조 변화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남아시아·아프리카의 인구 폭발과 소비 시장 부상
- 선진국의 고령화 심화와 실버 마켓 확대
- 유럽·미국 중산층의 축소와 양극화 가속
- 신흥국 중산층의 구매력이 선진국 5배 이상으로 성장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수준으로, 203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5%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됩니다(출처: 통계청). 책 속 숫자가 한국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읽는 내내 가볍게 넘기기 어려웠습니다.
여성의 사회적 부상과 여성 소비 권력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여성이 소유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제가 주말에 서울 성수동에 가보면 이 전망이 이미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느낍니다. 팝업스토어에서 물건을 고르고 SNS에 후기를 올리는 사람, 인기 디저트 맛집 앞에 혼자 혹은 친구와 함께 줄 서 있는 사람, 대부분 여성이었습니다. 남성이 보이면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러 온 경우가 많았고요.
젠더 마케팅(gender marketing)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성별 특성을 분석해 제품 기획, 가격 설정, 유통 채널을 다르게 구성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이것이 주로 남성 소비자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지금은 여성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기업 생존의 핵심 과제가 됐습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인테리어, 가전, 예식 모두 여성의 의견이 결정적인 경우가 많고, 안 싸우려고 일부러 전권을 여성에게 맡기는 남성도 많다는 건 주변에서 흔히 들리는 이야기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실질적인 구매 결정 구조의 변화입니다.
기업 내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아직 남성 임원 비율이 높지만, 제도적으로 여성 임원 승진에 대한 차별은 없고 여성 임원도 꾸준히 나오는 추세입니다. 저출산 시대가 이어지면서 고학력 여성 인력의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고, 이 흐름은 되돌리기 어렵다고 봅니다.
핵심 내용, 미래를 준비하는 힘, 수평적 사고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은 수평적 사고(lateral thinking)입니다. 수평적 사고란 기존의 틀과 가정을 버리고 문제 자체를 다른 각도에서 재구성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수평적 사고를 바탕으로 작가는 미래에 살아남으려면 7가지를 제시합니다. 멀리보기, 다양한길 모색하기, 막다른길 피하기,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막다른 길 피하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낙관적으로 접근하기,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기, 흐름을 놓치지 않기
저는 이 개념을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려놓을 만큼 인상 깊게 받아들였지만, 솔직히 실천은 못했습니다. 입사 후 한 가지 경로만 보고 달렸고, 이사할 때도 야근 후 힘들다는 생각에 겁먹어 충분한 검토 없이 전세 계약을 덜컥 했습니다. 기존 집 복비도 제가 부담했고, 결국 전세 사고까지 겪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천천히 검토했어야 할 상황이었는데, 막다른 길만 보이는 것처럼 착각한 결과였습니다.
이 가르침을 바탕으로 저는 앞으로 무언가를 결정할 때 의도적으로 선택지를 넓히려고 합니다. 좋은 매물이 나왔다고 바로 계약하는 대신 시세와 자금 여력, 리스크를 먼저 검토하고,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계약했다면 제 인연이 아닌 것으로 넘기는 태도를 훈련 중입니다. 연애도 마찬가지고요.
책이 말하는 미래는 특정 산업이나 기술의 이야기가 아니라 구조적인 흐름입니다. 저출산·고령화, 여성 경제력 확대, 아시아 중산층의 부상은 어느 한 방향으로 쉽게 역전되지 않는 메가트렌드(megatrend)입니다. 여기서 메가트렌드란 10년 이상 지속되며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방향성의 변화를 말합니다. 이 흐름을 읽고 자신의 선택지에 적용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실용적인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의 실수는 충분히 했으니, 30대에는 더 넓은 시야로 움직이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