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문 하나 들어올 때마다 기쁘기보단 계산기를 먼저 두드리게 됐다는 자영업자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얼마 전 동네 디저트 가게 사장님과 우연히 긴 대화를 나눴는데, 코로나 시기엔 배달로 정말 돈을 많이 벌었지만 지금은 수수료가 올라서 배달을 해도 남는 게 없다고 하셨습니다. 플랫폼이 처음엔 구원투수처럼 등장했다가, 어느 순간 수익을 갉아먹는 존재가 된 겁니다.
오늘은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현재는 절판되었지만 그 메시지는 아직도 유요합니다.
이 책은 플랫폼 비즈니스 구조가 왜 생기는지, 그리고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나와있습니다.
플랫폼의 수수료 구조, 처음부터 알고 들어갔어야 했다
플랫폼이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 쓰는 전략은 거의 공식처럼 반복됩니다. 낮은 수수료로 입점사를 끌어모은 뒤,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지면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입니다. 이를 업계에서는 락인(Lock-in)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락인이란 소비자나 사업자가 특정 플랫폼을 떠나기 어렵도록 의존 구조를 만드는 것을 뜻하며, 전환 비용이 높아질수록 플랫폼의 협상력은 올라갑니다.
배달앱이 대표적입니다. 배달의민족의 울트라콜(Ultra Call) 광고 상품은 그 구조를 잘 보여줍니다. 울트라콜이란 앱 상단에 노출되는 유료 광고 슬롯으로, 구매 횟수가 많을수록 더 자주 노출되는 방식입니다. 사장님들이 경쟁적으로 광고를 늘릴수록 플랫폼은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챙깁니다. 제가 직접 관련 기사를 찾아봤는데, 플랫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자영업자일수록 영업이익률이 낮아진다는 분석이 실제로 나와 있었습니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약 550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출처: 통계청), 이 구조에 묶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면 단순히 남의 일로 넘길 수가 없습니다.
플랫폼이 쓰는 또 다른 카드는 PB(Private Brand) 상품입니다. PB 상품이란 플랫폼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직접 기획·생산하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말합니다. 쿠팡의 자체 상품들이 그 예인데, 소비자 입장에서 저렴하고 품질도 나쁘지 않으니 선택받기 쉽습니다. 솔직히 저도 가격만 보고 쿠팡 PB 상품을 여러 번 집어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이 기존 브랜드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수년간 쌓아온 제품력과 가격 경쟁력을 플랫폼이 데이터를 무기로 한순간에 따라잡아버리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에 의존했을 때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광고 수수료 경쟁이 심화되면서 입점사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 플랫폼이 고객 데이터를 독점하여 입점사는 자사 고객을 직접 파악하기 어렵다
- PB 상품 출시로 인해 기존 브랜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무너진다
- 수수료 인상 시 이탈이 어렵고, 협상력이 사실상 없다
브랜드 독립, 나이키 사례 살펴보기
플랫폼 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플랫폼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보다는,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되 동시에 브랜드 독립 기반을 닦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봅니다. 만약 제가 창업을 한다면, 수수료가 낮은 초기 진입 단계에서 플랫폼의 노출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확보한 고객에게 브랜드 스토리를 심어두는 거죠. 플랫폼이 아닌 저를 직접 찾아오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후에 플랫폼에서 수수료를 올릴 때 회사를 독립하고 고객들도 그대로 넘어올 수 있게 마케팅을 하려고 합니다. 나이키가 대표적인 예시죠.
나이키가 자주 예로 언급되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나이키는 한때 아마존 등 대형 플랫폼에 입점해 판매했지만, 이후 자사 앱과 멤버십 중심의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으로 전환했습니다. D2C란 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고객 데이터를 플랫폼이 아닌 브랜드 자신이 소유하게 되고, 고객과의 관계도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아이디어를 먼저 공개하고, 선주문을 받은 뒤 생산에 들어가는 스타트업들도 같은 원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먼저 관계를 만들고, 그다음에 제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충성 고객 확보, 소비자와의 소통
브랜드 정체성을 쌓는 데 있어 CLV(Customer Lifetime Value)라는 개념도 중요합니다. CLV란 한 명의 고객이 브랜드와 관계를 유지하는 전체 기간 동안 발생시키는 총 수익을 뜻합니다. 플랫폼에 의존할 경우 단건 거래에 그치기 쉽지만, 충성 고객은 반복 구매와 입소문을 통해 CLV를 높여줍니다. 실제로 2023년 국내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브랜드에 대한 감정적 유대감이 있는 소비자는 그렇지 않은 소비자보다 재구매율이 약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이 수치가 말해주는 건 결국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소속감과 스토리를 줄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겁니다.
저는 이 부분을 고민할 때 다이어트 식품, 패션 뷰티 시장, 취업 시장처럼 이미 경쟁자가 가득한 시장을 떠올립니다. 이런 분야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가격이나 품질만 내세우지 않습니다. "이 브랜드는 나를 이해한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 결국 고객을 잡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규모나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구체적인 고객 한 명을 상상하며 메시지를 만드느냐의 문제입니다.
플랫폼을 잘 쓰는 것과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초기엔 플랫폼의 유입 효과를 적극 활용하되, 브랜드 자체의 팬덤과 직접 소통 채널을 꾸준히 쌓아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안전한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수수료가 오르거나 플랫폼 정책이 바뀌었을 때 흔들리지 않으려면, 고객이 플랫폼이 아닌 브랜드를 직접 찾아오는 이유를 미리 만들어둬야 합니다. 어떤 산업에서 창업하든, 이 질문 하나는 반드시 먼저 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 고객이 플랫폼 말고 나를 찾아야 하는가?"